‘부부의 세계’ 속 교훈⋯자녀 둔 부부, 이혼은 절대 김희애처럼 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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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9-0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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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안세연 기자
sy.ahn@lawtalknews.co.kr
변호사가 생각하는 ‘부부의 세계’ 속 문제 장면 3가지
박원연 변호사가 화가 난 이유 “서로의 불행 계속 만들고, 자녀에 대한 배려가 없다”
드라마 속에서 김희애는 거짓말로 남편의 폭행을 유도하고, 이를 아들이 보게 했다. 아들이 자신을 선택하게 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다. /JTBC캡처
“참으로 잘못된 방식만 골라서 한 이혼.”
JTBC 드라마 ‘부부의세계’. 아내 지선우(김희애 분)는 결국 이혼 전쟁에서 승리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끝에 재산도, 아들도 빼앗기지 않았다. 많은 시청자가 아내의 ‘복수’에 공감하고, 또 통쾌해했다.
하지만 새출발 남성이혼센터(법률사무소 로베리)의 박원연 변호사는 “절대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참으로 잘못된 방식만 골라서 서로의 불행을 만들어 낸 이혼”이라며 “만약, 드라마와 같이 법률 조언을 하고 서로의 사태를 악화시킨다면 참 나쁜 변호사”라고 밝혔다.
크게 세 가지 장면에서 볼 때 “그렇다”고 했다. 수많은 이혼 사건을 다뤄본 박 변호사는 최근 ‘새출발 남성이혼센터’를 출범시켰다. “이혼의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조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원연 변호사가 말하는 드라마의 ‘불행 제작’ 장면 세 가지
박 변호사는 먼저 “드라마처럼 아들에게 어떠한 것도 강요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물론 불륜을 저지른 상대 배우자에게 분노를 느낄 수는 있지만, 자녀가 아빠를 만나는 일 등을 엄마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라마의 ‘불행 제작’ 장면 ①아빠와의 만남과 연락 방해
남편에게 아들을 빼앗길까 봐 두려웠던 아내는 아들의 학교까지 찾아간다. 무작정 수업 중인 아들을 차에 태워 떠나고, 핸드폰을 집어 던지며 아빠와 통화도 못 하게 한다.
박 변호사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며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양육권 인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양육권 인정은 단순히 부모 한쪽의 경제력이나, 유책 배우자 여부 등으로 좌우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행동은 아내가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미성년 자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출발 남성이혼센터(법률사무소 로베리) 단체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정기 변호사, 박원연 변호사, 김정림 변호사, 김원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베리
드라마의 ‘불행 제작’ 장면 ②아빠와의 면접 교섭권을 원천 봉쇄
문제가 되는 장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앞으로 준영이(아들) 얼굴 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한다. 남편이 “그래도 내 아들”이라고 설득할 때도 아내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네가 감히 그런 말 할 주제가 돼? 딴 계집애랑 재미 볼 땐 자식 못 보고 살 각오 정도는 했어야지”라고 했다.
또 아내는 아들에게도 아빠를 만나면 안 된다고 강요한다. 아들이 “(아빠가) 엄마 배신한 거지. 나까지는 아냐”라고 말했음에도, 아내는 “아빠는 우리를 버렸어”, “그럼 엄마 죽어. 넌 엄마 죽어도 상관없어?”라고 몰아세운다.
박 변호사는 “미성년 자녀가 이혼한 부모 모두를 만날 수 있는 권리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한쪽 상대방이 바람을 피운 유책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 법원도 유책 배우자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내의 이런 발언은 자녀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뿐 아니라 협박에도 해당할 수 있다”며 “자녀가 아빠와 살고 싶다는 속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마음을 먹은 자체로 죄의식까지 부여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아무리 한쪽이 잘못해서 이혼하게 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아이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권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드라마에서 김희애는 아들에게 자신을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JTBC캡처
드라마의 ‘불행 제작’ 장면 ③이혼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자녀를 끌어들임
박 변호사는 “드라마에서 가장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 있다”고 했다. 아내가 거짓말로 남편의 폭행을 유도하고, 이를 아들이 보게 한 장면이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해당 장면은 참극(慘劇)으로 그려진다. 아빠는 ‘폭행 가해자’가 되고, 엄마는 ‘폭행 피해자’가 된다.
결국 아들은 마음을 닫는다. 정서적으로 더 유대관계가 끈끈했던 아빠였지만, 아들은 “내 이름 부르지 마. 나 이제 아빠 아들 아니야”라고 비수를 꽂는다. 이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도 아들의 성장 과정은 밝지 않다. 정신상담과 도벽, 폭력적인 성향까지 보인다.
박 변호사는 “실제로 이혼 소송에서 많은 부부가 소송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자녀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서적으로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변호사는 이혼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을 이렇게 말했다.
“이혼소송을 수행해온 변호사라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실제 현실에서는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도 벌어져요. 하지만 드라마처럼 상대방의 분노를 촉발하기보다는 다시 삶의 안정을 되찾고 살아갈 수 있도록 조언해야죠.
부부가 이혼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치더라도, 그 끝은 불행의 연속이 아니라 각자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